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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를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

 

뇌를 채워줄 은덩어리 지식들 은근한 잡다한 지식입니다

일러스트를 이용해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시청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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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를 제거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질까

 

해마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1926년 미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헨리 몰레이슨은
어릴 때 자전거를 타다 머리를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특별한 증상이 발생하진 않았죠

그러다 10살 때부터 경미한 발작이 시작되었고
16살 때는 발작이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https://youtu.be/5FgOiPeD4Nw

 



그는 여러 가지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고 증상이 계속되자
1953년 27살이 되던 때

미국의 신경외과 의사인 윌리엄 스코빌에게 수술을 받게 됩니다


당시에는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병은
원인이 되는 부분을 잘라내는 식으로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뇌는 영역에 따라 담당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잘라내면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스코빌은 발작의 원인이 측두엽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몰레이슨의 측두엽을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측두엽에는 해마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해마는 기억력에 관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꿔주는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하지만 스코빌이 수술을 할 당시에는
해마의 이런 역할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측두엽을 제거하면서 해마도 같이 제거해버렸죠

수술 결과는 일정 부분 성공적이었습니다
몰레이슨의 발작이 멈추게 된 것이죠

하지만 몰레이슨의 기억력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몰레이슨이라는 것은 알았습니다
발작 때문에 수술을 했다는 것도 알았고
가족을 기억하거나 과거에 있었던 일도 기억했습니다

물론 이전에 경험했던 일 몇 가지를 기억하지 못하긴 했지만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죠

즉 해마를 제거한다고 해서
모든 기억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신 몰레이슨은 새로운 것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매일매일 만나는 의료진을 매일매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했던 대화도 기억하지 못했고
위치를 알려줘도 화장실을 찾지 못했습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알지 못했으며
밥을 먹어도 밥을 먹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경험하거나 자극을 받으면
뉴런은 이것을 단기기억으로 저장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자극이 강렬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해 해마가 장기기억으로 바꿔
시냅스에 저장합니다

몰레이슨은 해마가 제거됐기 때문에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과정이 일어나지 않아
해마가 제거된 뒤에 경험한 것이나 받은 자극을
시간이 지나면 기억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즉 해마를 제거하면 제거한 이후에 발생하는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것을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고 합니다

이것으로 해마가 장기기억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몰레이슨은 많은 뇌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습니다

신경과학자인 브렌다 밀너는
손과 연필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하고 거울로 봐야 하는 상태에서
별과 별 사이를 따라 그리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몰레이슨은 처음에는 별을 잘 그리지 못했지만
참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별을 잘 그리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몰레이슨은 자신이 과거에 별을 그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말이죠


몰레이슨이 나이가 들었을 때 골다공증이 생겨
보행보조기를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왜 자신이 보행보조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보조기를 사용하면 할수록 점점 더 익숙해졌습니다

이것으로 학습 능력이나 운동 능력은
측두엽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해마가 없어 기억하지 못하는 헨리 몰레이슨은
우리가 느끼기에 수술 이후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수술 이후 그의 곁에서 함께한 신경과학자 수잔 코킨의 말에 따르면
몰레이슨은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잘 받아들이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에게 발생한 사고는 굉장히 비극적인 것이었지만
그의 뇌를 연구하면서 뇌과학 분야가 몇 단계는 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몰레이슨의 뇌는 사망한 뒤에도 계속 연구되었는데
지금은 2401개의 조각으로 잘려
캘리포니아 대학 뇌인지 연구센터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비록 그는 자신의 삶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제 우리가 그의 삶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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