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은 지워지는데 볼펜은 안지워지는 이유

연필은 지워지는데 볼펜은 안지워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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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지워지는데 볼펜은 왜 안지워질까

나무 기둥에 흑연을 끼워 만든 것이 연필입니다
샤프 역시 샤프심의 주원료는 흑연입니다

흑연은 탄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쉽게 부서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흑연이 부서지면 까만 흔적을 남기는데
이것이 바로 연필이 써지는 원리입니다

종이는 나무에서 뽑아낸 섬유질을 합쳐 만들어내는데
이것을 펄프라고 합니다

종이 표면은 눈으로 보기엔 매끈하지만
섬유가 얽혀있는 것이기 때문에
확대해 보면 굉장히 거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종이 위에 연필을 쓰면
흑연에 마찰이 발생하게 되고
마찰에 의해 흑연이 부서지고 섬유에 달라붙어 흔적이 남게 됩니다

즉 연필을 쓰면 부서진 흑연이 종이와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 위에 얹어진 형태로 남게 되는 것이죠

마찰이 발생하지 않으면 연필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표면이 매끈한 유리 같은 곳에는
연필로 글씨를 쓰려고 해도 써지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종이보다 강한 힘으로 흑연을 당겨 종이에서 떼어낼 수 있다면
연필로 쓴 것을 지울 수 있습니다
지우개는 이런 원리를 이용합니다

지우개는 고무와 플라스틱을 합쳐 만드는데
흑연이 얹어진 종이에 지우개를 문지르면
종이가 흑연을 당기는 힘보다
지우개가 흑연을 당기는 힘이 더 커
지우개에 흑연이 달라붙게 됩니다

그런데 흑연이 계속 달라붙어 있으면
어느 순간부턴 지우개를 문지르는 것이 아니라
지우개에 달라붙은 흑연을 문지르는 것이 돼

더 이상 흑연을 떼어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조금씩 떨어져 나가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떨어져 나오는 것이 지우개똥입니다

즉 지우개는 연필을 지운다기보다
종이에 얹어진 흑연을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볼펜은 흑연이 아니라 잉크를 이용해 글씨를 씁니다

종이 위에 볼펜을 쓰면 잉크가 묻어 나오는데
잉크 입자는 작기 때문에 종이에 스며들어
하나로 합쳐지게 됩니다

그래서 지우개로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죠

물론 지워지는 볼펜도 있긴 합니다

이 볼펜은 무색의 류코 염료와 색깔을 결정하는 현색제
온도를 감지하는 변색 온도 조정제로 만들어진 잉크를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류코 염료와 현색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볼펜을 쓰면 색깔이 있는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어 글씨가 써집니다

지워지는 볼펜 뒤에는 순간적으로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는
지우개가 달려있습니다

볼펜이 써진 곳에 지우개를 문지르면 온도가 높아지고
변색 온도 조정제가 활성화됩니다

변색 온도 조정제는 류코 염료와 현색제의 결합을 깨트리는데
류코 염료는 원래 무색이기 때문에
결합이 깨지면 볼펜의 색이 사라져 글씨가 지워지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거나 해서 온도가 낮아지면
현색제와 결합해 글씨가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합니다